경상북도 함양군은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하여 이름 붙여진 명산, 지리산을 남쪽에 두고 북으로는 덕유산이 어머니처럼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높은 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맑아 산천이 아름다운 함양군은 예로부터 경상 좌측은 안동이, 경상 우측은 함양이 선비가 빼어난 고장이라 하며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렸습니다. 특히 함양군은 권력을 탐하기보다 학문에 정진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재야의 선비들을 길러낸 고장입니다. 자연이 빚은 풍광 속 고고한 선비문화를 꽃피운 이곳엔 유서 깊은 서원과 향루가 즐비합니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계서원을 필두로, 10개가 넘는 서원과 100여 개 넘는 정자가 함양 땅 곳곳을 수놓고 있습니다. 수백 년을 이어오는 고택과 물 맑은 누각과 정자, 그 속에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보며 자연의 지혜를 배우던 선비의 정신이 남아있는 도시, 경상북도 함양군입니다.
물과 숲이 어우러지는 ‘화림풍류’
함양군의 선비들은 경치 좋은 곳에 누각과 정자를 지어 학문을 논하고, 술잔을 나누며 풍류를 즐겼습니다. 서하면의 화림동계곡은 과거 보러 떠나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육십령을 넘기 전 지나야 했던 길목으로, 계곡을 덮은 너럭바위와 기암괴석 많아 예부터 ‘팔담팔정(8개의 못과 8개 정자)’로 불렸습니다. 그 계곡의 비경을 엮은 길, 선비문화탐방로를 걷다 보면 바위마다 수놓아진 고풍스러운 정자와 주변을 병풍처럼 두른 울창한 나무들을 만나고, 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선비들이 바위에 남겨둔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함양군 선비들의 풍류를 논할 땐 ‘천년의 숲’이라 불리는 상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천연기념물 154호로 등재되어 있는 상림은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입니다. 400여 종의 수목이 있고 사계절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아름다운 명품 숲. 그 길을 따라 유유자적,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다보면 누구나 자연과 인생이 하나되는 혼연일체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깊은 풍미가 일품인, 함양 ‘안의 갈비탕’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함양군 안의면은 읍에서 다소 떨어진 외곽지역이지만, 제법 큰 고을이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큰 오일장이 설 정도였고, 영남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안의 소시장도 열렸습니다. 함양군이 일찍이 다양하고 맛 좋은 소고기 음식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 중에서도 뼈에 붙은 살이 가장 맛있어, 자연스레 갈비찜과 탕을 만든 것이 오늘날까지 함양군의 향토음식 ‘안의 갈비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함양의 대표적인 특산품은 불로장생의 명약으로도 불리는 산삼, 지리산의 공기로 건조한 곶감, 오미자, 양파, 사과, 산 머루 등이 유명합니다. 함양 산 머루로 와인을 만드는 하미앙 와이너리를 찾아 오크통 가득한 동굴 속에서 함양의 맛을 음미하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