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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 사랑받은 바다의 보배, 진도 전복의 모든 것

  • 2026.06.04
  • By 콘텐츠팀

 

2천 년 사랑받은 바다의 보배, 진도 전복의 모든 것



▶ 조선 왕도 못 참았던 그 맛, 지금은 진도에서

진도대교를 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육지와 섬 사이 좁은 수로를 빠른 물살이 가로지른다.

이 조류가 전복을 키운다. 진도 앞바다는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길목이다. 조류가 강하고, 해조류가 풍부하다. 전복이 자라기에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다.
 

▶ 전복, 왕도 탐낸 2천 년의 식재료

전복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한의학 문헌 『본초강목』에는 전복을 '석결명(石決明)'이라 기록하며 눈에 좋다고 소개했고,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오래 먹으면 눈이 맑아진다고 했다.

동아시아에서 전복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약재에 가까운 귀물이었다. 중국에서는 전복을 상어지느러미, 해삼과 함께 '바다의 3대 보배'로 꼽아왔다. 

조선시대에는 전복이 왕실 진상품 목록에 올랐다. 전라도에서 임금에게 올리던 진상품 목록에도 전복이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그 대가가 너무 가혹했다는 것이다.

해녀들이 목숨을 걸고 바다에 뛰어들어 전복을 채취했지만 돌아오는 대가는 쥐꼬리만 했다. 정조 임금은 문집 『홍재전서』에서 "공물로 바쳐지는 전복값이 단 수십 냥"이라고 한탄하며 "이제부터 전복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조선왕조실록 정조 14년(1790년) 기록에는 "제주의 절인 전복을 특별히 공납에서 면제하라"는 내용이 남아 있다.
 
세종 시대 제주 목사를 지낸 기건은 해녀들의 고생을 목격한 후 충격을 받아 그 뒤로는 전복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도 전한다. 왕이 먹기를 포기할 만큼 귀했고, 그것을 캐는 이들의 삶은 그만큼 고달팠다. 전복 한 알에 이런 역사가 담겨 있다. 


▶ 국내 전복의 99%는 전라남도에서 온다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지금의 전복은 양식이 주다. 그리고 그 산지는 사실상 전남으로 집중돼 있다. 국내 양식 전복의 99%가 전남에서 생산된다. 전남의 전복 생산량은 2014년 8,887톤에서 2024년 2만 3,355톤으로 10년 동안 163% 늘었다. 10년 새 2.6배로 뛴 것이다. 

진도는 그 중심에 있다. 전남 내 전복 양식 면적은 완도(3,313㏊), 신안(1,330㏊)에 이어 진도가 715㏊로 세 번째로 넓다. 양식 어가만 581곳에 달한다. 진도 바다 여기저기에 전복 가두리가 펼쳐져 있다는 뜻이다. 

전복은 빠르게 크는 수산물이 아니다. 100g 안팎의 전복 한 마리를 키우려면 바다에서 최소 2년 반에서 3년이 걸린다. 치어를 넣고, 미역과 다시마를 먹이며, 수온과 조류를 관리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다. 진도 식당에서 나오는 전복죽 한 그릇, 전복물회 한 접시에는 그 긴 시간이 담겨 있다. 


▶ 조상들이 귀히 여긴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전복은 비타민, 칼륨, 칼슘, 인 등 각종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타우린·베타인·아르기닌 등이 들어있어 간 해독, 소화 촉진, 신경 안정,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복을 쪄서 말리면 표면에 흰 가루가 생기는데, 이것이 타우린 성분으로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고 시력 회복과 혈압 강하에 효과가 있다. 피로회복제의 주성분이 타우린이라는 걸 생각하면, 조상들이 전복을 보양식으로 여긴 건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였던 셈이다. 

암컷과 수컷의 용도도 다르다. 내장 색으로 암수를 구분하는데, 암컷은 초록색, 수컷은 황백색 내장을 갖는다. 암컷은 육질이 연해 죽이나 찜, 조림 요리에 적합하다. 전복죽에 들어가는 그 초록빛이 암컷 내장에서 나온다. 

 

■ 진도에서 전복을 먹는 방법

진도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바퀴 코스가 그려진다. 세방낙조 전망대는 일몰 명소로 유명하지만 낮에 가도 다도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 포인트다.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물길이 갈라지는 풍경. 이 물길이 전복을 키운다는 걸 알고 보면 풍경이 다르게 읽힌다.

가계해수욕장은 조용한 편이라 한여름에도 붐비지 않는다. 물이 맑고 모래가 고운 곳이다. 바다를 실컷 보고 나서 근처 식당으로 향하는 게 진도식 여행 순서다.

식당에서는 전복죽, 전복물회, 전복비빔밥이 기본이다. 전복죽은 내장째 갈아 넣어 초록빛이 도는 것이 특징으로 고소하고 부드럽다. 전복물회는 얇게 썬 전복을 새콤한 국물에 넣어 여름에 특히 잘 맞는다. 좀 더 가볍게 먹고 싶다면 전복버터구이나 전복덮밥도 있다. 전복은 어떻게 조리해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 식재료다.
 

▶지금 전복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전복 산업은 지금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생산량이 10년 새 2.6배로 늘었지만, 전복 산지가격은 같은 기간 절반 수준으로 하락해 1kg(10미 기준)에 2만 3,000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어민들이 2년 넘게 키운 전복을 원가에 못 미치는 값에 내놓는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이건 지금 전복이 가격 대비 훨씬 좋은 식재료라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엔 특별한 날에만 먹던 전복을 지금은 훨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조선의 왕이 탐내고, 왕이 측은지심에 못 먹겠다고 선언했던 그 전복이, 지금 진도 바닷가 식당에서 전복죽 한 그릇으로 나온다.

진도 여행에서 전복을 먹는 건 맛있는 경험이면서, 그 바다를 지키는 어민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힘을 보태는 일이기도 하다.
 

▶ 지진도까지 직접 가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로 진도군에 기부하면 답례품으로 진도 전복을 받아볼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로 실질 부담은 0원, 여기에 기부금의 30% 상당의 지역 특산품이 답례품으로 온다. 진도 앞바다에서 2년 넘게 키운 전복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구조다.

조선 왕이 탐냈던 그 전복을, 세금도 돌려받으면서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황가람 기자

sosma1110@fairtrav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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