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고향사랑기부제 6개월...‘족쇄 먼저 풀어라’
- 2023.09.12
- By 대외협력팀
출처 : 디트뉴스24
올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중앙정부 주도의 운영방식을 자치단체 중심의 민·관 협치모델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가 제도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민간이 자치단체와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정법모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민간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고향사랑기부 플랫폼은 ‘고향사랑e음’ 하나뿐이지만, 정보가 너무 부실해서 어느 지자체가 어떤 매력이 있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에 고향세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도 시행착오 끝에 2011년 고향세 전용 민간기부 플랫폼인 후루사토초이스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혁신이 이뤄졌다”며 “일본 정부도 세액공제를 간편히 받을 수 있는 원스톱 특례 제도를 신설하고, 기본 자기부담금을 낮추는 등 다양한 제도적인 변화로 성장흐름을 가속화 시켰다. 민간의 활동을 막기보다 자유롭게 열어주고, 함께 상생하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를 주도하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모금 주체인 지자체가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모든 지자체를 획일적인 기준에만 맞춘다면, 균형발전이나 소멸지역 대응이라는 고향사랑기부제 본래 취지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개발 지자체가 지역 내에서 민간단체 등과 협력해 차별적인 답례품을 개발하고 차별적인 이슈로 기부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제도가 안착될 수 있다”며 “현행 제도상, 지자체 역할에 제약이 많고, 이 제도에 관심을 가진 민간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지자체와 민간에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경영전략적 접근’을 제시했다. 이른바 ‘3+1 마케팅 전략’이다. 고객·사업·답례품 전략에 실행단계의 홍보전략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염 교수는 “고향만 내세워 충분한 기부금을 모금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지역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권유하는 ‘마음의 고향’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여 지역에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매력적인 기금사업과 답례품을 발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이와 같은 전략이 통하려면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염 교수는 “현행법은 홍보 수단을 제한하고 고향사랑기금의 사업목적을 4가지 영역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향세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전문가들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이와나가 IDDM 대표 “제지 당하더라도 시도하라”
일본 사가현에서 만난 이와나가 코우조 IDDM 대표는 “일본 역시 중앙집권적 체제가 강했던 시절이 있지만,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며 “지역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제지를 당하더라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될 것을 두려워 한다면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IDDM은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비영리민간기구(NPO)다. 이와나가 대표는 딸이 1형 당뇨병을 앓고 있어 사가현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2000년부터 IDDM 사무국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으며, 최근 퇴직 후 단체 대표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와나가 대표는 이 단체활동을 위해 고향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고향세 모금에 나섰을 때, 단 두 달만에 1억 3000만 원이 모이더니 최근까지 약 78억 9000만 원의 기부가 이어졌다. 고향세 지정기부 전후 모금액 규모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무급 봉사자들만 있었던 단체는 현재 유급 직원만 12명이 일하는 단체로 역할이 커졌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출신인 이와나가 대표는 “고향세 지정기부가 없었다면, IDDM이 지금과 같은 공익활동을 펼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향사랑기부금 활용한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의 시작은 민간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광주 동구청이 시작한 ‘광주극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1935년 세워진 광주극장은 올해도 88년 된, 유일한 ‘단관’ 극장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극장으로 존재 자체가 문화재급이지만, 상업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300여 명의 후원자와 자치단체 일부 지원만으로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광주 동구는 올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광주극장 살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한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화자산을 활용해 전국적 관심을 끌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이곳 광주극장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며 “많은 사람이 우리 광주 동구 충장로와 금남로를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그런 목적을 가지고 우리가 내년부터 쓰는 기부금을 여기에 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광주 동구의 시도가 얼마나 큰 호응을 얻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도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업무 담당자인 김희선 광주 동구청 인구정책계장은 “광주극장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전국적인 홍보를 벌여야 하는데, 정부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활용해 홍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홍보는 물론이고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기부금 접수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시도하고 있는 민간플랫폼 위기브, 광주 동구가 시도하고 있는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등 지역과 민간의 혁신은 시작됐지만, 키를 쥐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혁신은 저만큼 뒤처진 모습이다.
출처 : 디트뉴스24
날짜 : 2023년 6월 16일
►기사 전문보기 :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47686
►해당 글은 김재중 기자의 사전 확인 후 업로드됨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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