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438명, 8,200만원, E.T 야구단 모금함 100% 달성한 날에 부쳐 (고두환 대표이사)
- 2023.12.05
- By 콘텐츠팀
안녕하세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총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입니다.
기부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시작된 광주광역시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에게 희망이 되어주세요>는 2023년 12월 4일, 100% 모금을 달성하고 추가 모금이 진행 중입니다.
438명 국민들께서 야구단이 계속 운영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가지고 광주광역시 동구의 도전에 8,200만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광주 동구는 8,200만원의 용도를 이미 지정하고 공개하였습니다.
[ 2024 야구단 운영비 지원금 : 총 82,000,000원 ]
1. E.T 야구단 운영 물품 지원 : 약 3천 6백만 원
① 아구유니폼 구입 : 1,500만 원
② 야구장비 구입 : 2,100만 원
2. E.T 야구단 주말 재활활동 지원 : 약 4천 6백만 원
① (지도비) 주말훈련을 위한 감독비, 코치비 : 1,830만 원
② (훈련비) 연습장 임차비, 이동차량 대여비 등 : 1,500만 원
③ (캠프 진행비) 1박 2일 캠프 진행비 : 695만 원
- 야구장 임차료 20만 원 / 다과비 50만 원 / 식사비 225만 원 / 숙박비 250만 원 / 차량대여료 140만 원 / 보험료 10만 원
④ (일반운영비) E.T야구단 운영을 위한 일반운영비 : 575만 원
- 기타운영비 75만 원 / 복지관 야구장 유지보수비 500만
이로써, E.T 야구단은 기업 후원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사랑기부제로 특별한 도전에 나선 광주 동구의 시도 덕에 내년에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E.T 야구단은 광주 동구가 아닌 광산구에 있는 야구연습장을 빌려서 활동 중입니다. 광주 동구에 마땅한 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활동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지금부터 추가로 모금되는 비용은 아주 작은 야구연습장이라도 광주 동구에 조성하는데 쓰일 예정입니다.
이 역시 연말까지 모금을 완료하고 광주 동구에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E.T 야구단 모금을 진행하며 울고 웃던 순간들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 몇 장면을 공유드립니다.
유찬이 엄마, 이화영 씨
유찬이 엄마는 유찬이가 3살 무렵 일반 아이들과 조금 다른 행동을 보이고, 5살 무렵 발달장애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이후 유찬이 엄마는 유찬이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인생을 바치기 시작합니다.
"하루 한끼는 스스로 해먹을 수 있길 바라며... 시장으로 가는 길을 직접 찍어서 사진을 보여주고 찾아가는 훈련, 재료를 손질하고 다듬는 훈련을 했어요."
다 알려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유찬이 엄마가 유찬이에게 알려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사회성'... 그 때 즈음, 지인으로부터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에 입단 제의를 받게 됩니다.
"규칙을 지키고, 단원들과 소통하면서 단체 스포츠를 할 수 있을까? 이것만 할 수 있다면 유찬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유찬이는 그렇게 야구단 생활을 시작합니다.
유찬이 엄마는 '캐치볼 정도 할 수 있으면 대성공이다' 생각했지만, 유찬이는 가기 싫다며 처음에는 도망다니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코치님의 지시를 받고 단원들과 소통을 하면서, 본인의 순서를 기다리고, 인내하는 모습까지 봤을 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유찬이에게만 야구단 활동이 도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을 돌보는 부모들에게도 평생교육이 필요했습니다.
야구단 활동을 하면서 부모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아이들의 시선을 해석하는 관점들을 공유하면서 함께 변화하고 발전하는 계기를 가지게 됩니다.
지자체에서 특정 장애 청소년만 지원하기도 쉽지 않고, 부모들까지 고려해 줄 여력은 없었습니다.
유찬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야구를 한 것이 아니라, 사회성을 빠르게 함양하면서 추가로 공공 예산이나 인력이 투여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들 역시 재교육과 더불어 고민하는 경험을 통해 자립적으로 아이들과 생활할 힘을 얻게 됨으로써,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유무형으로 투자될 재화가 다른 사회복지 영역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확신 또한 광주 동구는 가지게 됩니다.
여러분께서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하신 10만원의 돈은 13만원으로 돌아올 뿐 아니라, 광주 동구의 발달장애인 청소년과 가족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전기가 됩니다.
유찬이 엄마, 이화영 씨는 내년에도 유찬이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쁩니다.
근이영양증 청년 오영진,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에 500만원 기부한 날
루게릭병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는 ‘근이영양증’을 앓으며 장애인과 함께하는 정보사회 만들기에 도전하기 위해 위즈온(WEZON) 협동조합을 설립한 오영진 대표. 근이영양증은 어느 시점부터 근육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악화되다가 사망에 이르는 희귀성 질환입니다.
오영진 대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곳곳을 누비지만, 손가락 몇 개를 겨우 움직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을만큼 몸이 굳어 있습니다.
땅이 울퉁불퉁하기에 전동휠체어 타고 몇 미터즈음 가다가 틀어진 몸을 정비하는데 한참이고, 밥을 먹는 것부터 화장실을 가는 일까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오영진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착실히 모은 500만원을 E.T 야구단에 기부합니다.
“E.T 야구단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업 후원이 끊겨서 야구를 못하게 된다는 소식이었죠. 특정 장애 청소년의 체육활동 지원은 지자체 입장에서 난색을 표할 수 있습니다. 저 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반드시 E.T 야구단을 운영한다고 나섰습니다. 돈키호테가 떠올랐습니다.”
오영진 대표는 장애인을 고용하며 10년 넘게 사업체를 운영 중입니다. 주목받는 회사지만 운영이 녹록치 않습니다.
500만원은 작은 돈이 아닙니다. 그래도 본인이 기부를 하면 이슈가 되고 귀감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함께할거란 믿음을 가졌습니다.
“E.T 야구단이 운영되는게 제 기부의 목적이 아닙니다. 제 2의, 제 3의 광주 동구가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에게 사회성을 함양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위기브 페이스북 계정을 보니, 야구단 활동을 통해 직업 훈련을 받는 발달장애 청소년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나이즈음,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혜택이 큰 제도입니다. 500만원을 기부했지만, 240만원을 돌려받는 셈이지요.
세금으로 하기 힘든 일은 지자체가 모금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일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오영진 대표는 기부 후, 광주 동구를 방문했습니다. 미슐랭에 등재되고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이 소개한 답례품 마한지 돼지갈비도 먹고, 구 전남도청사와 아시아문화전당 곳곳을 돌아보며 영화 <화려한 휴가>의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E.T 야구단 지원이 아빠 서석인 씨가 휴가를 내고 오영진 대표를 맞이하였습니다.
아이들이 평소에 생활하는 광주 동구 장애인복지관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오영진 돈키호테는 분명 뿌듯했을 겁니다.
이 날의 햇살을 잊지 못합니다. 12월 5일, 겨울 날이었는데 그렇게 따사로울 수 없었습니다. 장애인을 가족을 둔 공무원이 남몰래 눈물 훔치는 모습 역시 따사로웠습니다.
여러분, 프랑스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은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이라는 책 서문에서 "대부분의 기부 행위에는 순수한 의도와 조금 덜 순수한 이유들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3만원짜리 무료 답례품 증정 때문에 기부할거라고만 믿기엔, 절대다수 국민의 순수한 의도가 억울합니다.
우리는 순수한 의도로 기부하고, 조금 덜 순수한 혜택들이 혼재된 고향사랑기부제에 기부한 셈입니다.
여전히, 노인과 장애인은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정치후원금은 계좌이체로 낼 수 있고, 토스 같은 앱에서도 클릭 한 번이면 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위기브조차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기 만만찮으셨을 겁니다.
좋은 제도의 시작은 누구나 쉽고 보편타당하게 시작하는게 오늘을 사는 우리 사회였으면 합니다.
우리는 돈키호테들을 응원하며, 또 다른 돈키호테가 되어 봅니다.
438명의 마음을 기억합니다.
유찬이 엄마, 이화영 씨의 희열을 기억합니다.
근이영양증 청년, 오영진 대표의 500만원 기부를 기억합니다.
남몰래 눈물 훔치던 장애 가족을 둔 어느 공무원의 눈물도 기억합니다.
광주 동구에 아주 작은 야구 연습장을 짓고,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모시고 소풍갈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게끔 위기브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자체명과 답례품만 보고 기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역의 변화와 혁신에 투자하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합니다.
감사합니다.
- 고두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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