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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읽고, 쉬고, 다시 집중하는 하룻밤|더숲 아카데미하우스 ②

  • 2026.05.14
  • By 콘텐츠팀

글과 사진 송주홍 

 

이 공간이 왜 다시 살아났는지 궁금하다면 ▶ 실천하는 어른, 더숲문화재단 탁무권 대표 인터뷰 ①

 

목차
[Culture]_공동체 복원을 위한 글로컬 실험
[Nature]_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경험

 


[Culture]_공동체 복원을 위한 글로컬 실험 

그렇다면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무엇을 보존하고 어떤 지점을 혁신했을까.

새롭게 오픈하면서 탁 대표가 가장 염두에 둔 건 오늘날의 시대정신이었다.
과거의 아카데미하우스가 대화의 성지이자 민주주의 산실이었던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 지도자, 종교인, 정치인 등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 중심이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그것이 세계적인 보편 가치에 부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소통하진 못했다.

탁 대표는 여기서 ‘글로컬’이라는 개념을 꺼내 들었다.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단순히 과거의 건물을 복원한 게 아니에요.
우리 현대사의 소중한 기억은 그것대로 품고,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호흡하는 것, 그렇게 살아 있는 공간으로 복원하고 싶었죠.
그게 글로컬이에요. 아카데미하우스가 쇠락해 온 과정처럼, 우리의 지역사회 공동체도 상당히 망가지고 폐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카데미하우스를 복원해 지역사회 공동체를 회복해 보고 싶은 거예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들이 이곳에서 마음껏 기획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초대해 전시하고, 그렇게 준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지역민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해 함께 교류하고 공감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거죠.”

그것이 가장 지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글로컬이라고, 탁 대표는 설명했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또 다른 방편으로, 1박 2일 결혼식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0분짜리 소비적인 ‘공장식 웨딩’을 위해 수천만 원씩 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거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축제인 결혼식을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 ‘대화의 집’ 외부와 내부 모습. 복도 공간에 아카데미하우스의 60년 기록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대화 모임, 명사과 컨퍼런스, 웨딩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옛날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옛날엔 결혼식이 마을 잔치였어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모여 밤새도록 먹고 마시면서 서로를 축하해줬죠. 그런 잔치가 공동체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요즘 결혼식은 어떤가요? 후딱 가서 얼굴도장 찍고 밥 먹고 오면 끝이잖아요. 거기 어디에 공동체가 있던가요? 다 돈 세레모니잖아요.
그래서 1박 2일 결혼식을 진행해 보고 싶은 거예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 친구, 공동체 구성원이 이곳에 모여 1박 2일 동안 충분히 즐기면서 천천히 서로를 축하해줄 수 있는 그런 결혼식 말입니다.”

그렇듯,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어제의 소중한 기억과 오늘의 시대정신을 아우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험한다.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건, 이 공간이 가진 본질이다.
탁 대표는 그것이 ‘대화’라고 말했다.

얘기했듯, 아카데미하우스는 ‘대화운동’의 물리적 토대였다.
대화운동이란 한마디로 ‘서로 다른 집단이 대화와 훈련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민주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운동’을 뜻한다.

탁 대표는 더숲 아카데미하우스 또한 대화의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세월이 흘러 시대가 요구하는 대화의 방식은 변했지만, 소통과 공존의 정신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더숲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제안하는 ‘대화’는 숲을 거닐고, 예술과 문화, 사회를 마주하고, 머무르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저는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이 이곳에 잠시 멈춰 서길 바랍니다. 이 공간이, 자기 자신과 스스로 대화해보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자연, 타인과 새롭게 관계 맺는 감각의 쉼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준비 중인 30인의 인물 도서관도 같은 이유예요. 책을 통해 대화해보자는 거죠.”

 


▲ ‘내일을 위한 집’ 외부 모습. 이곳은 30인의 인물 도서관을 비롯해 서점, 코워킹 라운지와 회의실 등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강원용 목사가 머물던 사택 ‘여해의 집’. ‘30인의 인물 도서관’과 연계해 명사와 함께 하는 1박 2일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더숲 아카데미하우스에서 5월부터 선보일 ‘30인의 인물 도서관’은 대중적 신뢰가 높은 이들의 서재에서 출발한다.
법륜스님, 조희연 전 서울특별시 교육감, 김혜순·나희덕 시인,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등 벌써 10여 명을 섭외했다.
이들 서재에서 대중과 함께 사유해 볼만한 도서를 기증받아 도서관을 꾸미는 거다. 

“법륜스님이든, 조희연 교육감이든 자신의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탐독했던 책이 있을 거잖아요?
그것만 살펴봐도 그 사람의 철학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사유가 책이 되고, 그게 모여 서재가 되고, 그 서재를 들여다보면서 누군가는 질문할 거리를 찾고, 그 질문에서 다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는 거죠. 그런 대화의 선순환이 이 공간에서 꽃 피길 바라는 겁니다.” 

 

[Nature]_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경험

얘기한 것처럼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1만 평 숲속에 모두 7개 동으로 구성된 복합문화플랫폼이다.

그 형세로 보자면 북한산 자락에 소복이 웅크리고 앉아, 저 멀리 북동 방향으로 수락산과 불암산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그 공간 어디에 서 있든, 어느 방향을 바라보든, 볼 수 있는 건 오직 자연, 그 자체다.

심지어는 건물 안에 들어가 있어도 숲과 나무와 꽃을 볼 수밖에 없다.
다분히 의도를 갖고, 그렇게 설계해 놨다.

탁 대표는 이곳에서 자연 말고 무얼 더 즐겨야 하느냐며 웃어 보였다.




▲ 본관 4층 북카페는 이렇듯 창문을 바라보도록 의자를 배치했다.
 

“지하철만 타도 상업적인 광고판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요. 어딜 가든 우리 사회는 여백이 없어요.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숨 쉴 만한 공간 찾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그런 공간에만 있다 보면 사람의 심리가 각박해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거예요.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거예요.
핸드폰 잠깐 내려놓고, 그저 멍하니 자연을 바라보는 것.
이왕이면 하룻밤 체류하면서 읽고 쉬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러길 바라는 거죠.”

1년 반 동안 리모델링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기존의 모습을 최대한 복원하되, 건물의 사방만큼은 모두 통창으로 바꿔버렸다.
값비싼 회화나 정신없는 포스터 대신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창문을 설계한 거다.

덜어냄으로써 채웠다.
카페와 레스토랑, 북스테이(호텔)로 꾸민 ‘본관’은 인테리어도 신경 썼다.

이왕이면 서로의 얼굴 대신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가 쪽은 의자를 나란히 배치했다.
탁 대표가 얘기한 것처럼 그 순간만큼은 앞 사람 말고 자기 자신과 대화해보길 바라는 거다.

북스테이엔 과감하게 TV를 없애버렸다.

 

 

▲ 본관 2~3층 북스테이 내부 모습. 이곳 또한 통창으로 자연을 벗삼아 쉴 수 있다.


“디지털이 중심인 현대사회 흐름을 부정하자는 건 아니에요.
그 흐름은 막을 수도 없고, 거스를 수도 없어요.
나 혼자 아날로그 외친다고, 그게 되겠어요?
그럼에도,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아날로그가 중심이 되었으면 하는 겁니다.
여기는 관광호텔이 아니라 북스테이예요. 굳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어요.
핸드폰 대신 책을 읽었으면 좋겠고, TV 대신 창문 너머 자연을 바라봤으면 하는 거죠.
북스테이에 머무는 사람마다 같은 얘기를 해요.
모닝콜 대신 새소리 때문에 깼다고요. 신선한 경험을 했다고, 다들 만족하면서 돌아가세요.”

 

 

▲ 북스테이 이용객을 위해 제공하는 미니도서관과 독서 공간.

 

오픈 기념 개관전 <숲을 거닐다>(4월 15일~6월 15일)를 준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자연에 순응하는 예술 작품만 골라, 숲속에 살포시 가져다 두었다.

<숲을 거닐다>를 총괄 기획한 허강 작가는 이번 전시를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입체, 설치, 평면,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환경을 테마로 작업해 온 작가 23인을 초청했다.

 



▲ 지난 4월 15일, 개관전 <숲을 거닐다> 오프닝 행사로 ‘새벽의 집’에서 특별공연과 세미나를 진행했다. 
 

“한국의 자연미술 작가들과 청년 작가들의 작품이 이곳의 생명력 넘치고 원초적인 자연 공간과 함께 어우러질 것입니다.
자연미술은 자연을 단순히 미술 표현의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자연 자체가 작품 안에서 직접 작용하는 예술입니다.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산지 정원이자 사색의 공간입니다.
계곡과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 위에서 자연 속을 거닐며 사유의 시간을 마음껏 경험하길 바랍니다.”

 


 
▲ 실내전시가 열리는 ‘기도의 집’ 외부 모습 


▲ 이 작품은 이종협 작가의 <송화-자연과 미술의 ‘사이’에서>이다. 장화에 송홧가루를 칠해놓은 가변 설치 작품이다. 

 

실제로 그렇다.
이번 전시는 ‘기도의 집’과 ‘새벽의 집’에서 열리는 실내 전시 외에도 숲속 1만 평 부지 전체를 무대 삼았다.
숲길 따라 발길 닿는 곳곳에 다양한 입체 설치 작품을 펼쳐놨다.

전시명처럼 ‘숲을 거닐다’ 보면 무엇이 자연인지 무엇이 예술 작품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특히나 나무와 돌 같은 자연 재료로 창작한 작품은 원래 그곳에, ‘스스로 그러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자연과 예술이 따로, 또 같이 논다.

 

 
 
▲ 실내전시가 열리는 ‘새벽의 집’ 내외부 모습. 영상, 평면,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 고승현 작가의 <백년의 소리>. 오동나무와 가야금을 결합한 작품이다.

 

점심나절에 도착해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저마다 그 역사와 이야기 품은 건물을 둘러보고, 때로 자연이 준 풍광에 감탄해 넋을 놓고, 또 때로 예술 작품 보며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여유만 있었더라면 하루쯤 북스테이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돌아갈 길이 멀었다.

마지막으로 본관 옥상에 올랐다.
강북구와 도봉구, 노원구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백 없이 삐죽삐죽 솟은 아파트를 보고 있자니, 과연 아파트 공화국이었다.
어쨌거나 내가 선 이곳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 ‘본관’ 옥상에서 북동 방향을 바라보면 강북구와 도봉구, 노원구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수락산(왼)과 불암산이다.


돌아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꾸벅 졸았다.
매캐한 공기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훅 밀고 들어왔다.
어느새 마을버스가 도심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얼른 창문을 닫았다.

시간 여행을 했던가, 공간 여행을 했던가.
마침, 퇴근길이었다.
북적이는 지하철에 올랐다.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는데도 자꾸만 밀고 들어왔다.

반나절의 여행이, 꿈처럼 느껴졌다.



▲ 강북의 네 개 산(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과 그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 ‘구름의 집’. 추후 오픈할 예정이다.

 

더숲 아카데미하우스
주소 서울시 강북구 4.19로 135
전화번호 02-904-0206
홈페이지 academyhouse.deos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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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dysl1006@fairtrav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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