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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돈이 돌고, 공동체가 살아나는 마법 순환형 지역화폐 부여군 ‘굿뜨래페이’와 대전시 중구 ‘중구통’

  •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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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송주홍 

 

부여 굿뜨래페이: 상품권이 아니라 화폐를 만들다
부여 굿뜨래페이: 지역 화폐를 넘어 공동체 플랫폼으로
대전 중구 중구통: 합리적 도시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 전략
순환형 지역화폐X고향사랑기부제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 대한민국 산업화를 상징하는 속담이다. 그 덕에 대한민국은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속담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은 서서히 병들었다. 아이러니다.

2026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약 5,1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18.2%(약 930만 명)이 서울에 산다.
인구 밀도로 보면 더 심각하다. 전국 평균 1㎢당 500명이 산다.

서울엔 1㎢당 무려 1만 5,000명이 산다. 전국 평균 대비 30배다.
서울 지하철이 ‘지옥철’인 이유다. 

서울에 몰렸으니 지역은 비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전국 229개 지역 중 89곳(약 39%)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24년 발표한 자료에서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30곳(약 57%)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인구가 줄어드니까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어드니까 가게가 문을 닫는다. 가게가 문 닫은 지역에서, 다시 말해 생활 문화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 살 수 없으니 또다시 떠난다.
악순환이다.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여러 정책을 펼쳤다.

기업 유치, 공공기관 이전, 관광 활성화, 귀농귀촌 유인책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외부 자원을 안으로 들이는 방식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지역 간 제로섬 게임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정책이 바로 지역화폐다.
관련 법 <지역사랑상품권법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목적을 이렇게 밝힌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과 환전,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지역공동체 강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방소멸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부여군과 대전시 중구청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지역화폐에 ‘순환형’을 붙였다.

기존 지역화폐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또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지금 짚어본다. 

 

부여 굿뜨래페이: 상품권이 아니라 화폐를 만들다

부여의 출발점은 위기감이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절벽으로 치달았다.
1997년 10만 명 선이 붕괴했다. 2024년엔 급기야 6만 명 선이 무너졌다.(2026년 3월 기준 약 5만 8,000명) 거스를 수 없는 파도였다.

이벤트성 외부 자원이나 인구 유입(또는 증가)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인구절벽→소비절벽→인구 유출과 자본 유출’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2018년, 부여는 전국 최초로 순환형 지역화폐를 구상했다. 좋은(Good) 뜰이라는 의미를 담아 굿뜨래페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존 지역화폐는 대개 상품권이었다.
지자체에서 상품권으로 발행하면 지역민이 가맹점 가서 쓰고, 가맹점주는 이를 다시 돈으로 환전하는 방식이었다.

상품권을 발행할 때마다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상품권을 받으러 가고, 또 환전하러 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품권은 일회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굿뜨래페이는 이 구조를 깨트린 거다.
굿뜨래페이 초기 설계와 운영을 맡았던 부여군청 서인석 팀장은 “화폐 개념을 구현하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지역화폐를 상품권이 아닌 화폐로 정의한 거다. 굿뜨래페이는 지역화폐를 플랫폼 안에서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발행한다.

 


▲ 부여군청 서인석 팀장

지역민은 핸드폰만 들고 가맹점에 간다. QR을 찍어 소비한다. 가맹점주는 그렇게 받은 화폐를 소비자로서 다른 가맹점에서 또 소비한다.

기존의 상품권이 ‘소비자→가맹점’의 일방향, 일회성으로 끝나는 방식이었다면, 굿뜨래페이는 ‘소비자→가맹점=소비자→가맹점’ 식으로 무형의 지역화폐가 끊임없이 지역 안에서 돌고 돌게 설계한 거다.

2019년 조례를 만들고, 자체적인 모바일 앱 기반 전자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해 12월부터 굿뜨래페이를 발행했다. 

기존에 없던 생소한 시스템이었다.
초기 안착을 위해 부여가 택한 전략은 공급을 만드는 일이었다.

서 팀장은 “처음 지역화폐를 설계할 때 가맹점 확보가 우선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며 “부여는 거꾸로 공급을 통해 수요 창출하는 전략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저수지(플랫폼)에 물(지역화폐)을 채워놓으면 그 물을 받기 위해 가맹점이 알아서 들어올 거라고 판단한 거다.

핵심은 농민수당이었다. 부여는 2019년 충남 최초로 농민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75억 원(농민수당 19억 원+농업환경실천사업비 56억 원)을 편성했다.

이를 1만 3,000명에게 60만 원씩 굿뜨래페이로 지급했다. 인구 6만 명 안팎인 부여에서 20% 가까운 사람이 굿뜨래페이를 받게 된 거다. 기본소득형 농민수당과 순환형 지역화폐를 연계한 전국 최초 사례였다. 

결과는 예측한 대로였다.
저수지에 물을 가득 채워놓으니, 자연스레 물길이 만들어졌다. 가맹점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더욱이 부여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결제 수수료도 받지 않았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평균 연령 56.1세(2024년 7월 기준)인 부여군민 입장에서 새로운 모바일 앱을 설치하는 것부터, QR을 찍어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이 쉬울 리 없었다.

2019년 12월 한 달 내내 군청에 길게 줄이 늘어섰다. 서 팀장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시작했고, 힘들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기기나 제도가 안착할 때 필수적으로 ‘캐즘(초기 수용자와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현상이 발생합니다. 얼리어답터들은 금방 이용하는데, 이게 대중화하기까지는 일정한 간극이 있는 거죠.

그 간극을 넘을 때 행정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2019년 12월 한 달 내내 부여군청 공무원 전체가 민원인을 상대했습니다. 찾아오시면 애플리케이션 깔아드리고, 이용 방법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2020년 설날, 부여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여기저기서 물건과 식자재가 동났다.

시장 상인들은 수십 년 만에 처음 맞는 호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굿뜨래페이는 그렇게 설날을 한 번 지나며 지역사회에 녹아들었다.

이후에도 부여는 다양한 정책 자금을 굿뜨래페이로 발행했다. 2021년 7월 지급한 재난지원금 190억 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부여는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전 군민 대상 1인당 30만 원을 굿뜨래페이로 지급했다. 굿뜨래페이 활성화의 기폭제였다.
이를 기점으로 월평균 79억 원이었던 이용액이 117억으로 48% 증가했다. 

굿뜨래페이가 활성화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부여는 초기부터 추천인 제도를 설계했다. 홍보비로 휘발할 수 있는 예산을 추천인 인센티브로 잡아둔 거다. 

“가입할 때 추천인을 적으면 가입하는 사람과 추천받은 사람에게 각각 5천 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합니다. 가맹점 가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 가맹점이 B 가맹점을 추천하면 각각 1만 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했습니다.”

그 결과 굿뜨래페이는 모바일 앱 출시 6년여 만에 가입자 9만 명(관외 이용자 포함)을 돌파했다.

부여군민만 놓고 보면 전체 인구의 95%, 경제 인구로 보자면 거의 100%가 굿뜨래페이를 이용한다.

실제로 부여시장에서는 70~80대 어르신이 핸드폰 QR로 생선과 참기름을 산다. 흔한 풍경이다. 부여군민에게 굿뜨래페이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단 얘기다.

 


▲ 부여 시장


경제효과도 놀랍다. 지금까지 누적 5,500억 원 이상이 굿뜨래페이를 거쳤다.
연평균 1,0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한 거다.

서 팀장은 “중소기업 88개를 유치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분석했다. 

“굿뜨래페이에서 월평균 92억 원이 유통됩니다. 이 가운데 25% 정도를 지역 소득효과로 추정합니다. 이는 평균 150만 원 소비하는 근로소득자 1,500명이 경제 활동한 것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이를 다시 부여 기준(1개 기업당 평균 근로자 17명) 기업으로 환산하면 굿뜨래페이 하나가 중소기업 88개와 유사한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구 6만도 안 되는 자그마한 농업 중심 지역, 부여에서 일어난 기적이다. 

 

부여 굿뜨래페이: 지역 화폐를 넘어 공동체 플랫폼으로 

굿뜨래페이가 다른 지역화폐와 근본적으로 다른 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순환형’이라는 점이다.

굿뜨래페이 순환의 핵심은 가맹점이다. 굿뜨래페이는 가맹점 간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플랫폼 안에 몇 가지 제동장치를 설계해 놓았다.

첫 번째는 환전 시스템이다.
가맹점은 소비자에게 받은 화폐 가운데 50%만 자동 환전받는다. 나머지 50%는 내부 설정을 바꿔야만 환전할 수 있게 해놨다.

두 번째는 우선 차감이다.
가맹점주도 소비자로서 굿뜨래페이를 충전해서 쓸 수 있다.
다만, 가맹점주가 소비할 땐 지금 충전한 금액보다 아직 환전하지 않은 매출 금액이 먼저 빠져나가도록 설계해 놨다.

서 팀장은 순환을 위한 ‘약간의 마찰‘이라고 표현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약간의 마찰 요소를 둠으로써 플랫폼 안에 화폐가 계속 머물 수 있게 유도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당 사장님은 손님에게 받은 굿뜨래페이로 지역 농가에서 토마토를 삽니다. 또 카페 사장님은 관광객에게 받은 굿뜨래페이로 다른 가게에서 식재료나 물품을 사죠.

그렇게 굿뜨래페이 전체 사용액의 10~12%가 환전되지 않고 지역 안에서 계속 돌고 돕니다. ”

 


▲ 부여 시장

 

굿뜨래페이가 순환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하나 또 있다. 인센티브 제도다.

가맹점끼리 거래하면 3~5% 순환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한다. 그렇다. 추가로 지급하는 거다.

부여는 굿뜨래페이 순환과 활성화를 위해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위에서도 소개한 추천인 제도와 순환 인센티브(3~5%)는 물론이고 충전 인센티브(10%)와 소비 인센티브(5% 안팎)도 있다.

이 밖에도 수시로 이벤트를 열어 인센티브를 준다. 지난해엔 ’굿리딩‘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책을 읽고 앱에 한 줄 올리면 인센티브를 줬다.

하루 100원, 3일 연속 1,000원, 5일 4,000~5,000원 식이었다. 두 달 만에 1,000명가량이 참여했다.

이렇듯 매년 1,000억 원이 굿뜨래페이에 유통된다고 가정했을 때 부여는 인센티브로 100억 원가량을 쓰게 된다.

적지 않은 예산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 팀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인센티브의 효용 가치를 설명했다. 

“굿뜨래페이는 기본적으로 경제공동체입니다. 나 혼자 이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잘살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까 굿뜨래페이 인센티브는 그에 대한 보상인 겁니다. 경제공동체 동참에 대한 기본소득 개념인 거죠.

두 번째로 인센티브는 소멸하지 않고 순환합니다. 2022년까지 인센티브로 250억 원을 지출했는데, 그때까지 환전하지 않고 굿뜨래페이에서 순환한 금액은 303억 원이었습니다. 인센티브 비용보다 오히려 순환 금액이 컸습니다.” 

이처럼 부여는 굿뜨래페이와 관련한 모든 수치를 훤히 들여다본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바일 앱 기반 전자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어느 행정리에 사는 50대 남성이 어디에 있는 한의원에서 얼마나 지출했는지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는 거다.

상품권 지역화폐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다. 부여는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에 맞게 유연한 정책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2019년 12월 굿뜨래페이를 출시하고 이듬해 3월 소비 인센티브를 도입했습니다.

그 사이 데이터에서 농협마트 쏠림 현장이 보였던 겁니다. 그래서 골목상권에서 사용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재설계했던 거죠. 그러니까 바로 골목상권 매출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그때그때 시기와 상황을 고려해 충전 인센티브와 소비 인센티브의 비율을 조금씩 조정합니다.

설날 명절처럼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충전할 땐 충전 인센티브를 올려주고, 지역 경제가 침체하면 소비 인센티브를 올려 소비를 유도합니다.”

이렇게 굿뜨래페이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한다.

 


▲ 부여 굿뜨레페이 가맹점

 

다음 스텝은 굿거래와 굿가게다.
굿거래는 이용자 간 중고 물품 거래 장터다.
굿거래로 받은 지역화폐는 돈으로 환전할 수 없고, 소비만 가능하다. 굿가게는 가맹점과 소비자 간의 온라인 장터다.

그간 관광객으로 부여에 와서 굿뜨래페이를 충전했다가 잔돈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이들에게 온라인몰에서 부여 농산물을 사고, 다음 방문의 이유를 만들어주고, 그렇게 부여와 지속적으로 관계 맺길 유도하는 거다.
굿뜨래페이의 장기 목표는 40만 이용자, 연간 6,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만드는 거다.
이렇게 됐을 경우 굿뜨래페이가 지역금융, 공동체 자산으로써도 기능할 수 있다고 서 팀장은 전망했다. 

“굿뜨래페이는 지역화폐의 기능을 넘어 공동체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결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사람과 가게가 연결되고, 그 흔적이 데이터로 남는 구조입니다. 이 흐름이 더 커지면 지역금융이나 마이크로크레딧 같은 역할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신동엽 시인이 말한 ‘씨앗’처럼, 굿뜨래페이는 지역 안에 작은 기억과 관계를 계속 뿌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굿뜨래페이에 남는 거래의 흔적은 단순한 결제 기록이 아니라, 이 지역의 사람과 가게와 마을을 기억하는 작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저는 굿뜨래페이가 앞으로도 그런 기억의 씨앗을 뿌리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희망합니다.”

 

대전 중구 중구통: 합리적 도시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 전략 

대전시 중구의 ‘중구통’은 부여 모델을 도시형 자치구에 옮겨온 사례다.

출발점은 대전사랑카드의 쏠림이었다.
광역 단위 지역화폐가 있어도 소비의 60~70%가 서구와 유성구에 집중됐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원도심 중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독자적인 정책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사랑카드와 중구통은 경쟁 대립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둘 다 예산이 한정적이고, 사용한도가 있기 때문에 지역민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시면 되는 거죠.

앞으로도 중구통은 대전사랑카드와 상호 보완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듬어갈 생각입니다.” 


▲ 대전 중구청사
 

중구통의 구체적인 추진 배경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선순환 지역경제 구축소상공인 소득 증대.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생산·유통·소비가 중구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거다.

이에 2024년 8월 8일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그해 12월 명칭공모를 통해 ‘중구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뜻은 어렵지 않다. 중구 안에서 통한다.
부여가 ‘좋은 뜰’이라는 이름으로 농촌형 순환경제를 상상했다면, 중구는 ‘통한다’는 이름으로 도시형 순환경제를 상상한 셈이다.

출발 조건은 부여와 달랐다.
부여에는 농민수당이라는 75억 원 규모의 정책발행이 있었다. 초기 이용자와 가맹점을 한꺼번에 끌어들이는 큰 물길이었다.

중구에는 그런 수단이 없었다. 도심 주민에게 양육수당이나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저축 개념으로 받아온 돈을 지역 안에서만 쓰라고 하면 반발이 생길 수 있었다.

중구의 첫 번째 전략은 가맹점 확보였다.
쓸 곳이 충분해야 시민이 들어온다.
통장 조직과 홍보마케터가 움직였다. 중구 내 사업장 1만 3,000개소를 전수 방문했다.
실제 영업 중인 약 1만 개소 가운데 초기에 6,500개소 안팎을 가맹점으로 확보했다.

중구통 실무를 맡은 이승준 중구청 주무관은 “부여처럼 정책수당으로 수요를 먼저 만드는 구조가 어려웠기 때문에, 중구는 쓸 수 있는 곳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데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 중구통 가맹점

 

다음은 소비자였다.
부여가 정책수당 받은 주민을 중심으로 확산했다면, 중구통은 중구를 찾는 시민과 방문객을 적극적으로 겨냥했다.
성심당과 야구장 중심으로 “중구에서 쓰면 바로 혜택이 돌아온다”라는 점을 알렸다.

중구통은 월 30만 원 한도에서 평시 10%, 명절 등 특별기간에는 13% 소비 인센티브를 준다.

단순히 앱을 설치하라는 홍보가 아니라, 중구에서 밥 먹고, 장 보고, 경기 보러 온 시민이 자연스럽게 한 번 써볼 수 있도록 유도한 거다.

“도심 소비자는 혜택에 민감하고 합리적으로 움직입니다. 중구에서 소비했을 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했습니다.

성심당이나 야구장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선이 있고, 그 주변 상권으로 소비가 이어질 수 있도록 홍보했습니다. 소비 인센티브를 체감한 시민들이 이용하면서 출시 3개월 정도 지나 5만~6만 명이 가입했습니다.”

성과는 숫자로 남았다. 2026년 4월 22일 기준 중구통 사용자는 8만 6,613명이다.
이 가운데 중구민은 6만 1,516명, 관외 이용자는 2만 5,097명이다. 가맹점은 6,868개소까지 늘었다.

총 발행액은 596억 원에 이른다. 2025년 충전액 308억 원, 인센티브 36억 원, 정책발행 10억 원 수준으로 출발했고, 2026년 4월 기준으로도 충전액 218억 원, 인센티브 21억 원이 쌓였다.

발행 1년도 되지 않은 도시형 자치구 지역화폐로는 빠른 안착이었다.

 


▲ 중구통 가맹점

 

중구통의 빠른 안착 배경에는 국비 확보도 있었다.
중구는 2025년 9월 중앙정부 2차 추경을 통해 국비 15억 2,000만 원을 확보했다.

2026년 2월에는 28억 5,000만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광역시 자치구 지역화폐로는 최초 사례다. 중구는 이렇게 확보한 국비로 소비 인센티브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재원은 결국 순환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도 쓰인다. 한 곳에서 결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비가 주변 상권으로 한 번 더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방식은 부여와 닮았다. 사용자는 중구 내 가맹점에서 소비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 가맹점은 손님에게 받은 매출액을 다른 가맹점에서 다시 쓸 수 있다.

이때 월 100만 원 한도로 5% 순환 인센티브를 받는다.
부여가 농촌 안에서 토마토와 우유와 식당을 연결하는 방식이라면, 중구는 도시 안에서 식당과 도매상, 학원과 카페, 시장과 생활서비스를 연결하려는 방식이다.

“자치구는 일반 시군과 경제 인프라가 다릅니다. 자치구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 넓게 광역시 안에서 소비와 경제가 돌아갑니다. 자치구 지역화폐로써 그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맹점 사장님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십니다. 꼭 식자재만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구통도 충분히 순환형 지역화폐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중구청 이승준 주무관

 

순환의 가능성은 결국 실제 소비에서 확인된다. 중구통이 기존 신용카드 소비를 단순히 대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중구는 2024년과 2025년 모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했다.

2025년 중구통으로 300억 원 넘는 소비가 발생했지만, 기존 카드 매출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중구통이 기존 소비를 빼앗기보다, 중구 안 소비를 보완하고 촉진하는 결제 수단으로 작동했다는 증거다.

중구통의 다음 과제는 고도화다.
선물하기, 커뮤니티, 나눔장터, 배달앱 연계 등을 검토한다. 10%를 돌려주는 캐시백 앱을 넘어, 지역 안의 상권과 주민을 연결하는 도시형 공동체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지역화폐를 거창한 만능 정책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지역화폐는 발권력을 갖고 있지 않은 자치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지역 순환경제 수단입니다.

많은 주민이 중구통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지역 주민 간의 소통, 상권 활성화, 공동체 연결의 도구로 발전시켜 나가려 합니다. 원도심 안에서 소비와 관계가 한 번 더 이어지게 만드는 도시형 플랫폼이 되도록 계속 다듬어가겠습니다.”


▲ 김제선 대전시 중구청장

 

순환형 지역화폐X고향사랑기부제

순환형 지역화폐 핵심은 지역 안에 들어온 돈이 한 번 더 돌게 만드는 데 있다.
부여 굿뜨래페이와 대전 중구 중구통은 소비자와 가맹점, 가맹점과 가맹점 사이의 거래를 설계해 돈의 흐름을 지역 안에 붙잡는다.

여기에 고향사랑기부제를 연결하면 순환의 입구가 지역 밖으로 넓어진다.

지역을 방문하지 않아도 기부를 통해 관계를 맺고, 답례품을 통해 지역 생산자를 만나고, 지역화폐를 통해 다시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부여군은 2023년 4월 11일 위기브와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4년 7월부터 모금을 시작했다.

대전 중구는 2024년 11월 27일 위기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12월 23일 계약을 체결해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부여는 굿뜨래페이, 중구는 중구통이라는 자체 지역화폐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향사랑기부제 혜택을 지역화폐와 직접 연결할 수 있었다.

두 지자체는 2025년 11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첫 연계 이벤트를 진행했다.
굿뜨래페이와 중구통 앱 배너를 통해 위기브로 이동한 뒤, 상대 지자체에 10만 원 이상 기부하면 지역화폐 1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10만 원 기부 시 전액 세액공제, 3만 원 상당 답례품, 지역화폐 1만 원이 더해지는 구조였다. 

2026년에는 기간을 늘리고 혜택을 조정했다. 기간은 2026년 2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부여군에 기부하면 중구통 포인트를 받고, 대전 중구에 기부하면 굿뜨래페이를 받는다.
기부자가 지역 밖에서 들어오고, 답례품이 지역 생산자와 연결되고, 지역화폐가 다시 지역 가맹점 소비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순환형 지역화폐가 지역 안의 돈을 한 번 더 돌리는 장치라면, 고향사랑기부제 연계는 그 순환의 출발점을 지역 밖 사람에게까지 넓히는 실험이다.

 

참여 방식
① 굿뜨래페이 또는 중구통 앱에 접속한다.
② 앱 배너를 통해 위기브 기부 페이지로 이동한다.
③ 상대 지자체에 10만 원 이상 기부한다.
④ 답례품을 선택한다.
⑤ 이후 지역화폐 5,000원을 추가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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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dysl1006@fairtrav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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