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고향사랑기부제의 길, 한일 소멸지역 리더가 만나다 - Ep.02
- 2023.06.23
- By 콘텐츠팀
대한민국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앞둔 2022년 11월 28일,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고민하고자 일본 최대의 기부 모금 단체인 피스윈즈재팬의 오니시 켄스케 대표와 우승희 전라남도 영암군수가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의 고두환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본 대담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본 대담 콘텐츠는 2022년 11월에 진행한 전라남도 신안군 고향사랑기부제 대담회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 고향사랑기부제의 길, 한일 소멸지역 리더가 만나다 - Ep.01
사회자 고두환(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
대담자 오니시 켄스케(피스윈즈재팬 대표), 우승희(전라남도 영암군수)
▲신안군 우승희 군수
고두환 대표 (이하 고두환) 현재 일본에서는 지정기부단체를 지정해서 민관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지역 주민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사업을 지원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이런 방식의 협업이 가능한가요?
일본의 경우 비영리단체, 자원봉사단체, 자치회, 부인회, 노인회 등 시민사회조직(CSO)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발굴해서 지자체에 신청하면 지자체는 절차를 거쳐 고향납세 CSO로 지정한다.
그러면 시민은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CSO를 직접 골라 기부할 수 있다. 사업활동 보고나 답례품 제공도 지자체가 아니라 CSO가 직접 한다고 한다.
현재 사가현에서만 109개 CSO가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와카미 유대모임'은 교통 여건이 낙후한 사가시 야마토정 가와카미지구에서 고령자를 위한 이송 지원, 자택 방문을 통한 안부 확인, 가사 지원을 고향납세로 하고 있다. 특히 이송 지원은 고령자 면허증 반납으로 이어져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오니시 켄스케 (이하 오니시 켄스케) 지자체가 답례품 등을 다수 제공함으로써 NPO나 NGO의 도움 없이 모금을 성공시킨 사례는 있긴 합니다. 그러나 지자체의 힘만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드뭅니다. 반면에 저희처럼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저희 피스윈즈재팬을 중심으로 다른 지자체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금을 진행한 사례들이 꽤 많습니다.
우승희 군수 (이하 우승희) 그런 지점에서 저희가 고민이 많습니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가 성장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 2014년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2008년 첫 시행부터 6년 정도는 과도기를 거쳤다는 뜻인데, 그 기간 동안 어떻게 해야 제도를 정착시키고 지역에 도움을 줄지 이와 관련된 고민이 있었습니까?
오니시 켄스케 같은 목적을 지닌 NPO가 적극적으로 고향납세 모금에 참여하도록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자체의 단체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민간과의 협력을 주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본의 고향납세도 초기에는 답례품 위주의 운영을 진행했다가 실패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기부 시장이 클 뿐더러 제도의 이름도 고향사랑기부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강조점을 두고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는 게 필요합니다.
* 일본은 민간 지정 기부형 고향세 'GCF(거버먼트 크라우드 플랫폼)'를 도입해 해당 지역의 이슈와 현안을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정 기부를 활성화하고 있다. 지정 기부는 기부금 사용 용도가 명확하고 기부 효능감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우승희 사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도 답례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창기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지자체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고두환 또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방법에 대한 제약도 많아서 지자체의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우승희 관련 법률을 살펴 보면 기부 모금을 강요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를 강요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자유롭게 모금을 제안할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습니다. 또한 일본처럼 지정기부단체를 둬서 활동을 권장하는 것도 어렵죠.
▲ 후루사토 초이스 GCF 홈페이지 갈무리
오니시 켄스케 사가현이 일본 최초로 고향납세 모금을 지정기부단체 혹은 NPO(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와 함께하겠다고 조례를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사가현의 사례가 없었다면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오로지 답례품에만 몰두한 나머지 취지가 변질되어 더 이상 제도를 유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NPO와 함께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고향납세 제도의 원래 취지를 지킬 수 있었죠.
우승희 한국은 모금 방법이 제한적입니다. 대통령이 정한 매체로만 모금을 진행할 수 있죠. 향우회나 동창회 등의 모음에서 모금을 진행하는 것도 안 됩니다. 이렇게 마냥 통제당하기만 하면 지역을 살리기 위한 창의적인 모금 방법이 발굴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오니시 켄스케 질문인데요, 모금방식을 NPO가 하는데도 제약이 있습니까?
고두환 말씀하신 사가현 사례는 전 사가현 지사가, 기부금을 모집하는 권한을 지자체에 내렸습니다. 조례에서 정해서 하도록 했습니다. 강원 양구군은 지정 기부가 가능하도록 조례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해석과 도전의 여지가 있습니다. 법률상의 제한 조건은 한국과 일본과 다릅니다. 한국은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되면 가능합니다. 초기에 일정부분 불협화음은 예측됩니다. 한국에서 행안부 주도로 제도가 시행되는 것에 따를 어려움도 예측됩니다.
우승희 올해 초부터 영암군에서는 ‘고향사랑T/F’를 만들고 회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법률에 따라서 전남에서 네 번째로 준비 했습니다. 군 조직개편으로 고향사랑기부팀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주에 답례품 공모도 하고, 현재 답례품 선정 과정에 있습니다.
▲ 피스윈즈재팬 오니시 켄스케 대표
오니시 켄스케 기부총액 봤을 때 고향세 제외하면 일본과 한국이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국의 인구수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부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오히려 고향세라는 부스터를 사용해서 한국의 기부 시장에 가깝게 따라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의 기부시장의 규모로 예측컨대, 일본보다도 대의명분, 즉 기부를 하는 이유를더 중요하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설명 등, 대의명분을 잃지 않은 방향으로 제도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두환 일본은 민간플랫폼이 선도하고 있는데, 왜 민간 플랫폼이 활성화 돼 있는지 오니시상 개인의 인사이트가 궁금합니다
오니시 켄스케 IT기술에 대한 정부 접근이 떨어지는 측면, 정부가 민간에 맡기는 편이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스가 전 총무대신이 강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 총무성 장관이었습니다.
사가현에 위치한 피스윈즈재팬의 지사는 사가현 전통공예 제작 장인들의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공을 데려와 형성된 이마리 지역이 있습니다. 백자 등이 중요한 물품들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선뜻 전통공예에 도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여건이 안 되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원하기 어렵지만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산업을 고향세로 지원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전통공예를 지원하면 답례품으로 사가현의 멋진 도자기를 받는 내용으로 이 사업을 꾸린 게 효과적이었습니다.
* 일본의 경우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체 플랫폼은 물론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플랫폼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지자체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본 규슈 남부 미야코노조시는 2021년 135억엔을 거둬들였다. 홋카이도 몬베쓰시는 134억엔, 야마카타현 후지효시다시는 58억 엔 정도를 모금했다.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훗카이도 네무로시는 125억 엔, 야마가타현 사가에시는 57억엔, 효고현 카사이시는 53억 엔을 모금했다. 우리 돈으로 최소 500억에서 최대 13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자체 플랫폼과 민간 플랫폼 모두 활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역시 제도 초기 2011년까진 모금액 규모가 전체 100억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 민간 플랫폼인 후루사토 초이스가 등장하면서 모금액 규모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후루사토초이스 등 민간 영역에선 고향 납세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소개했고 기부 방법도 더욱 간편하게 만들었다.
사토호루, 후루나비, 라쿠텐 등 다양한 민간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모금액 규모는 400%로 상승했다. 2022년 일본 지자체의 90%에 달하는 1621곳이 민간플랫폼을 통해 모금한 금액은 무려 8300억 엔 규모다.
▲ 피스윈즈재팬 오니시 켄스케 대표
고두환 원래 북규슈에 도자기 사업이 없었는데, 임진왜란 때 이삼평 도공을 데려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잘 보존하며, 지금까지도 도예가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하는 셈입니다.
우승희 홍보. 지역 언론을 통해서 지면 광고를 하고 적극적으로 모임에 가서도 하고 싶은데, 모금에 제약이 있습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홍보했습니다.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있습니다. 하루 생활인구가 2만여 명정도 됩니다. 지역에 기부를 해줄 수 있도록 기업 간 협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가 심한 것 같습니다.
오니시 켄스케 SNS나 유튜브에 직접 출연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고두환 지정기부를 경기도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선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정기부 할 수 있는 조항들을 만들었습니다. 지자체가 조례로 어떻게 정의하고 상위법을 어떻게 침해하지 않느냐가 문제입니다. 현행법에서 홍보를 대행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지자체의 업무부담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자리 잡을 것으로 봅니다.
우승희 해야될 일이 많습니다. 답례품도 그렇고, 단순한 답례품을 넘어서 영암이 가지고 있는 문화-관광 분야 농업농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이런 것들이 답례품에 포함됐으면 좋겠습니다.
영암의 가치, 농어촌의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고 이것을 통해서 지역을 이끌어가는 청년세대가 지역에 내려올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사실 향우들이 기부하는 건 답례품에 초점 맞추겠지만 지역소멸의 탈출구 돌파구를 만드는 게 핵심이므로 그 방법을 최대한 찾아내겠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전에 진행됐던 대담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대한민국 고향사랑기부제의 방향성이 예상과 얼추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10년이나 앞서 시행착오를 겪어온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를 본보기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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